그림에 대한 꿈을 접고 대학생이 되자 그는 대신 사진, 영화, 건축에 눈을 돌렸다.
전공했던 회화가 취미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진과 영화가 부산물로 새로운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회화와 함께 건축은 어린 시절부터 늘 주제였다.
건축에 대한 그의 아버지의 의지도 한몫했다.
제 친구도 영화에 관심이 많았고 자신의 일을 하고 싶었고 저도 그 일에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만큼 사진에도 소질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 사진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고, 그쪽에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친구와 나는 야망만 있을 뿐 할 이야기가 없었다.
그때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눈에 띄는 조용한 장면을 의미있게 렌더링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내 재능은 후자였다.
제게 그다지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남의 작품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가끔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보면 진심으로 감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뛰어난 재능을 훔치려 한다는 미친 기분도 든다.
내게 없는 능력을 부러워하는 것을 참을 수 없고, 영원히 가질 수 없다.
이야기를 못 쓸 정도로 한심할 수가 없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멋진 풍경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꺼내지만 만족스럽지가 않다.
다음에는 더 잘 찍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마음 한구석에서 희미해졌다고 생각했던 욕망이 되살아난다.
그런 일이 생기면 항상 슬프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압니다.